제주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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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굴
- 김신숙 시인

달처럼 둥굴다하여 다랑쉬라 부르는 곳

누군가 굴 입구에 큰 돌로 막아버려
한 참 후에야 사람들은 뼈로 발견되었지

솥과 그릇은 뼈 보다 오래 남아
사람이 살았던 굴이라 이야기하는 다랑쉬굴

검은 밤 달에게 소원을 빌 듯
검은 굴을 더듬으며 들어가 서로의 등에 기댔다

달이 클수록 사람들 더 큰 소원을 빌었고
굴이 클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숨을 수 있었다

땅의 구멍은 모두 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환하고 밝은 달을 본다
달빛 받은 다랑쉬굴을 본다

찬 겨울 도망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이불이 되었다
땅의 달들 속에 사람이 모여 앉았다

달을 덮고 잔 사람들 달빛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