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CBS

동카름 삼춘 / 현택훈

동카름 가는 길엔 숙대낭이 키가 컸다
그 마을에 살던 삼춘
일본 삼춘이나 동카름 삼춘이라 불렀다
두린 내게 용돈이라며 몇 만 원을 쥐어주던 사름
식게멩질엔 빠지지 않던 동카름 삼춘
몇 해 거르더니 이제는 구신되엉 찾아왐싱가
젊었을 때 일본으로 강 돈을 하영 벌었다는 삼춘
음복을 하기 시작하면 시작되는 이야기
전기문 몇 권은 나오겠다
늘 양복을 반조롱허게 차려입던 삼춘
나이 들엉 얼금얼금헌 얼굴
오랜 신장투석에 지친 몸
가끔씩 일본말도 써가멍 웃둑지를 펴던 사름
멩질 먹으래 동카름 삼춘집에 강 보민
일본제 가전제품에 눈이 휘둥그레져신디
또 시작되는 일본에서 일할 때 이야기
눈물을 따르는 길을, 노래도 가끔 흥얼거리며
정종 한 병을 다 비울 때까지
이야기는 함박눈처럼 그치지 않았지
부엌에서는 보비닥질허는 설거지 소리
옆구리를 움켜쥔 채 말을 이어가던 동카름 삼춘
동카름 가는 길에 있던 키 큰 숙대낭도
눈물을 따르는 길 따라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