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CBS

제주어
현택훈

방파제 등대는 누구를 위해
불을 밝히고 있나요
어선은 보이지 않지만
단 한 척이라도 저 불빛에
등을 대고 있을 겁니다
설령 배가 없다고 해도
바다가 취침등 아래 잠이 듭니다
마을은 도대불 불빛 하나였습니다
나는 막내외숙모처럼
아련히 정드는 마을을 전전해왔습니다
갯바위처럼 외로운 여인숙 방이지만
바닷가 마을에 있어서 안심입니다
사흘 굶고 찾아간 작은 상점엔
돌하르방 같은 주인이
라디오를 들으며 졸고 있습니다
시외버스 타고 겨우
한 시간 남짓 가다 푸더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일출봉 보이는
폭낭 그늘에 앉아
마을 사람들이 내는
동글동글한 바람소리를
듣습니다